기후위기 시대, 반드시 읽어야 할 안내서
정치의 눈으로 기후위기를 다시 읽다 – 국제 질서, 동북아, 그리고 우리의 과제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지금, 단순한 자연재해나 환경 문제로만 이 사태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문제의 본질은 오히려 ‘정치’ 안에 숨어 있다. 『기후위기 시대, 환경과 정치는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1편에서 기후위기를 정치학의 시선으로 해부했다면, 2~4편에서는 그 시야를 더욱 넓힌다.
국제적 기후 거버넌스, 동북아시아의 현실, 그리고 우리가 취해야 할 정책적 대안을 담은 이 책의 후반부는, 단순히 문제를 아는 것을 넘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안내하는 나침반이 된다.

1. 국제 기후 정치의 흐름: 파리협약에서 거버넌스까지
2부는 지구적 맥락에서의 환경 정치를 다룬다. 여기서 핵심적으로 다뤄지는 ‘파리협약(Paris Agreement)’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채택된 국제 환경 협약으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억제하고, 가능하면 1.5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제시한다. 이는 단순히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선언이 아니라, 기후위기를 ‘국제 질서의 재편’ 문제로 만든 전환점이다. 국가마다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국가결정기여(NDC)방식으로 전환함에 따라, 각국의 정치·경제 시스템이 이 협약에 따라 구조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 책은 파리협약을 단지 외교적 성과로 평가하지 않는다. 그 이면에 있는 기후 정의(climate justice), 즉 국가 간 역사적 책임과 현재의 경제력에 따라 상이한 감축 의무를 지닌다는 점,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지구적 불평등의 심화를 짚는다.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게 감축 의무를 요구하면서도 재정적 지원은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후 대응의 형평성과 지속 가능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갈등과 협력의 구조는 '기후 거버넌스(climate governance)'라는 개념으로 정리된다. 이는 단순히 정부 간 협약이나 법률 체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UN, EU, 세계은행, 민간기업, 시민단체, 지역정부 등이 서로 얽히고 작용하는 복합적 권력 질서를 의미한다. 즉, 기후 문제는 이제 단일 정부의 역량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다층적 문제이며, 복수의 행위자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충돌하면서 형성되는 거대한 정책 생태계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복잡한 국제 기후 정치의 구조를 해부하면서, 왜 지금의 협약과 회의만으로는 실질적인 변화가 어렵고, 어떤 정치적 전환이 필요한가를 논리적으로 제시한다. 『기후위기 시대, 환경과 정치는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이 국제적 질서 속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적 위치를 점해야 하는지, 또 시민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요구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준다.

2. 동북아의 복잡한 현실: 한국, 일본, 중국의 정치적 생태
3부에서는 동북아시아의 기후정치 현실로 시선을 좁힌다. 대부분의 환경정치 서적이 유럽과 북미 중심의 사례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반면, 『기후위기 시대, 환경과 정치는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한국, 일본, 중국이라는 서로 다른 정치·경제 체제를 가진 세 나라의 역학 관계에 주목한다.
한국은 산업화 과정에서 ‘성장 우선주의’와 ‘토건 국가 모델’을 기반으로 한 정치경제적 구조를 유지해왔다. 이는 4대강 사업과 같은 대규모 국책 사업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당시 ‘환경 복원’을 명분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실제로는 정치적 의도와 개발 논리가 깊게 개입된 것으로 평가받으며, 수질 악화, 생태계 파괴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이 책은 한국의 환경정책 실패를 ‘정책 설계’의 문제가 아닌, 권력 구조와 행정 메커니즘의 왜곡이라는 구조적 원인에서 진단한다.
일본은 산업 오염을 극복한 ‘공해병의 교훈’을 바탕으로, 오염 방지 기술과 규제를 조기에 도입했다. 특히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압력은 정부의 책임 강화와 규제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탈탄소 전환 속도와 실효성 부족으로 인해, 세계적 흐름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자력 의존 문제와 지역 간 갈등 또한 일본의 기후 대응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동시에 신재생 에너지 투자 1위 국가다. 풍력과 태양광 확대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석탄 중심의 산업 구조와 빠른 경제 성장 속도는 여전히 기후 위기 대응에 이중적 딜레마를 안겨준다. 게다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정책 집행력 차이는 실질적인 이행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동북아시아는 기후 문제에 있어 국가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정치적 공간이다. 한·중·일은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역사적 갈등과 정치적 불신으로 인해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데 많은 한계를 보여 왔다. 이 책은 그 현실을 냉철하게 드러내며, 왜 한국만의 독자적 기후정책 담론과 실천이 필요한가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3. 정치적 전환을 위한 마지막 질문: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4부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성장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녹색전환의 조건, 책임국가의 역할, 글로벌 거버넌스의 재편 방향 등이 포함되어 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저자가 ‘대안’을 단순한 이상론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 행위자, 시민사회의 참여, 정책 도구의 설계등 매우 구체적인 방법론을 통해,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기후위기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특히 “책임국가의 역할과 그린 거버넌스” 장에서는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정책적 리더십의 방향을 제안하며, 독자 스스로 기후 정치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자극한다.

이 책이 말하는 진짜 ‘기후 정치’
『기후위기 시대, 환경과 정치는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단순한 위기의 알람이 아니다. 그것은 권력, 체제, 역사, 그리고 시민행동의 관계를 해부하는 정밀한 지도다. 국제 협약에서의 힘의 균형, 동북아의 현실적 맥락, 그리고 실천 가능한 대안까지 모두 담겨 있는 이 책은 독자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기후위기 시대, 당신은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후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그 구조를 해석하고 바꿀 수 있는 지식의 힘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첫걸음을 위한 도구다. 1편을 읽었다면, 2~4편까지 반드시 따라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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